계속되는 금리 인상과 고금리 상황의 지속에도 미국 경제는 아주 강건해 보인다. 글로벌 경제를 봐도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아시아든 유럽이든 어딘가에서 문제가 생겼어도 벌써 생겼어야 할 상황이지만, 여지껏 외환위기나 국가 부도 사태가 났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왜 이렇게 멀쩡한 걸까? 그리고 언제까지 이렇게 아무 문제 없는 듯 지속 가능한 걸까?
금리인상 효과가 실물 경제에 반영되기까지는 일정한 지연효과가 있다. 거기다 이번 금리인상 사이클에 들어서기 전까지 초저금리 기간이 아주 길었다는 점도 현재의 이상해보이리만치 강건한 경제의 배경이 되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에 장사 없다'고 하듯, 가계, 기업, 정부 할 것 없이 언제까지고 금리의 무게를 버텨낼 수만은 없다. 고금리 시한폭탄이 터질 시간이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
우선, 금리인상 이전의 초저금리 기간이 길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초저금리 기간에는 차입자들이 싼값에 돈을 빌릴 수 있었고, 이는 가계, 기업, 정부의 부채를 늘리는 데 기여했다. 이러한 부채가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거기다 지연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금리인상이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금리인상 이후에도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부채는 기존 금리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리인상의 영향은 신규로 돈을 빌리는 사람, 만기가 도래한 부채를 차환하는 사람에게 먼저 나타난다.
가계에서 기업, 그리고 정부로
고금리는 가계에 가장 먼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신용카드 금리는 금리인상에 따라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또한, 기존 주택 판매량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낮아지는 것은 기존 집을 팔고 다른 집을 사는 사람들이 높은 모기지 금리를 부담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기업은 아직 고금리 압박을 크게 받지 않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미국 기업은 2020~2021년 초저금리 시대에 돈을 빌렸고, 이 돈을 대부분 예금 형태로 은행에 예치했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예금 수취 이자가 빌린 돈의 이자지급액보다 높은 상황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만기가 도래한 부채를 차환해야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이러한 기업들은 높은 금리로 인해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정부는 고금리로 인한 이자비용 증가가 예상된다. 미국 정부의 부채는 32조 달러에 달한다. 금리인상이 지속된다면 정부의 이자비용도 증가할 것이다.
고금리 시한폭탄이 터질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주로 미국 경제 상황으로 이야기를 풀어 봤지만, 한국이건 유럽이나 중남미의 어느 나라건 고금리를 언제까지고 버텨낼 수는 없다. 시간이 지나면서 만기가 도래한 부채가 늘어나고, 신규로 돈을 빌리는 사람, 만기가 도래한 부채를 차환하는 사람 모두 고금리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이는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결국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가 아직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고금리 시한폭탄이 터질 시점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미 연준은 아마 이 더는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다. 금리동결기를 오래 가져가고자 할 수는 있다. 하지만 고금리 상태가 지속되면서 하나 둘 약한고리부터 부서지기 시작할 것이다. 경제 주체들이 경기 침체를 대비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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