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럽(EU) 등 서구 자본주의 세계가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 러시아를 위시한 권위주의 세계에서는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반기를 들며 과거 동서 냉전과 같은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는 차치하더라도 당장 물가(인플레이션), 경기침체 등 어두운 그림자와 싸워야 하는 자유주의 진영의 노력에 중국 등 권위주의 진영에서 재를 뿌릴 수도 있지 않을까? 중국은 미국의 인플레 잡기 노력에 어떤 식으로 재를 뿌릴 수 있을까? 이런 궁금증이 들 수도 있겠다.
중국이 정말 재를 뿌리려 한다면 취할 수 있는 경제적 수단은?
미중 갈등의 심화 양상을 보면 미국은 중국이 첨단 기술을 도용해 미국의 안보 등 국익을 저해하고 있다면서 중국을 견제하고 제재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만만치 않은 국력을 가졌고, 현재 시점에서 실제 미국에 대항해 볼 거의 유일한 국가인 중국이 ‘과연 그냥 당하고만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다 보면, 군사력과 같은 위험한 도발뿐 아니라 경제적 수단을 동원해 미국에 해가 되는 방향으로 재뿌리기를 한다든지 그런 일을 공공연히 하고 있지 않을까 싶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우선 중국이 미국을 골탕먹이려고 마음 먹으면 쓸 수 있는 경제적 조치는 사실 다양하다. 하지만, 그런 수단들이 설사 시도된다 하더라도 의도대로 작동될 지 여부는 상황에 따라 다르며 미국도 손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기 때문에 미국의 대응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하고 출발해야 하겠다.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 정책을 이어가고 있는데 이를 방해할 수 있는 중국의 경제 정책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 중국이 미국의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수입품 가격을 높여 인플레이션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 중국이 미국의 산업을 침해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경제 성장을 더욱 방해할 수 있다.
- 중국이 미국의 채권을 매도하는 것입니다. 이는 미국의 금리를 높여 인플레이션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두번째 것은 이미 트럼프 정부 시절부터 위험성이 대두되어 미국이 적극적으로 차단에 나선 상황이다. 대표적인 산업이 반도체 분야다. 첫번째 수단, 즉 관세 인상은 경제적 보복 조치와 같이 눈에 띄게 상대국을 도발하는 것으로 당장의 상황에서 쉽게 취할 수 있는 수단이 아니다.
결국, 중국이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즉 “단지 우리는 우리 중국 경제 발전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을 뿐 미국에 해가 되게끔 할 의도를 갖고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하면서도 사실상 미국에는 해가되는 방향의 정책을 펼 수 있는 것이라면 미국 국채 매도와 같은 수단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미국 국채 파는 중국... 3개월째 처분, 보유량 12년 만에 최소
실제 중국은 최근 들어 계속해서 미국 국채를 내다 팔고 있다. 2022년 5월까지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1조 달러 아래로 줄어들었으며, 2010년 5월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1조달러 아래로 줄어들었다. 최근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1조952억 달러였다고 한다.
지난 1월 19일 중국 언론 <펑파이>는 미국 재무부 국제자본이동보고서(TIC)를 인용, 중국이 지난해 11월 말 기준 3개월 연속 미국 국채를 팔아 채권 잔액이 8700억달러(약 1071조9200억원)로 축소됐다고 보도했다. 이 기간 중국이 처분한 채권은 78억달러어치였다. 같은 해 7월부터 미국 국채를 처분하다 11월 들어 보유량을 늘린 일본 행보와 대조적이다. 일본은 11월 한달에만 178억달러 채권을 추가해 전체 보유액을 1조833억달러로 늘렸다.
중국의 미국 국채 채권 잔액은 2010년 6월 이후 가장 작은 규모다. 그보다 한 달 전 중국은 226억어치 채권을 팔아 잔액을 1조달러 미만인 9808억달러로 축소했다. 중국이 미국 국채를 줄이는 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금리인상)을 잇따라 밟으면서 지속적으로 채권 가격이 하락, 손실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금리가 오르면 시중 채권 가격이 떨어진다. 펑파이는 “일반적으로 국채 수익률이 오를 때 투자자들은 자산 손실을 줄이기 위해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반대로 수익률이 떨어지면 사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초 일본과 중국의 ‘미국 부채’는 각각 1조3031억달러, 1조601억달러였다. 이는 같은 해 11월까지 각각 2209억달러, 1901억달러 줄었다.
중국의 미국 채권 매각... 과연 얼마만큼의 영향이 있을까?
중국이 미국 채권을 매각한다고 했을 때 미국 경제에 있을 수 있는 영향을 일반론적 수준에서 생각해 보자면 다음과 같은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겠다:
- 우선 미국의 물가상승률, 즉 인플레이션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결국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 또, 미국 국채를 내다 파니 채권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 이는 다시 또 미국의 채권 시장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가능성이고 실제 그림은 조금 다를 수 있다. 기본적으로 전 세계 미국 국채 물량 중에서 중국 보유량이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크지는 않기 때문에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점을 헤아려 봐야 한다. 2022년 4월 기준, 중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는 1조 952억 달러이며, 이는 전체 미국 국채 중 4.6%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를 줄이고 있기는 하지만 전체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 큰 관점에서 봤을 때,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를 추월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는 미국 경제가 계속해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다면 달라질 수 있다.(그나마 중국의 미국 경제 추월 가능성은 최근 중국도 부동산 위기, 중진국 함정 등 경제 성장 동력이 주춤하면서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거나 적어도 그 추월 가능 시기가 한참 늦춰진 상황이다.) 또,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경제가 미국 경제를 추월한다고 해서 미국 경제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말하면, 미국(을 위시한 서방 자유주의-자본주의 진영)이 경제를 살려보고자 애쓰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중국이 재를 뿌리고자 마음먹는다 해서 취할 수 있는 경제적 수단은 그리 큰 지렛대가 없다고 하는 편이 맞겠다. 반대로 중국이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한다든지 하는 선을 넘는 일을 했을 때 미국을 위시한 서방 자유주의 진영으로부터 받게 될 경제적 제재 조치의 영향력이 훨씬 클 터라 중국이 섣불리 그런 모험을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편이 더 현실적일 것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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