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과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화의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냈고, 이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 블록화가 진행되는 가운데,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세계화의 혜택을 크게 받았던 한국 경제는 이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으며, 안보와 경제가 구조적으로 결합하는 새로운 시대에 대비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세계화의 종말: 새로운 경제 질서의 도래와 한국의 과제
지난 30년간 우리가 경험했던 세계화가 막을 내리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논쟁을 넘어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지난 30년간 우리가 경험해 왔던 세계화는 끝났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이 단순한 수사가 아님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팬데믹과 전쟁이 드러낸 세계화의 취약점
2020년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과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세계화의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글로벌 공급망이 예상치 못한 재난 상황에서 얼마나 쉽게 붕괴될 수 있는지를 목격했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식량과 자원의 무기화는 극단적인 보호무역주의로 이어졌습니다.
팬데믹 상황에서 의료용품과 백신의 공급 부족 문제가 발생했고, 각국은 자국 우선주의 정책을 펼쳤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와 식량 안보 문제를 부각시켰습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위협은 유럽 국가들에게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일깨웠고,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 중단은 전 세계적인 식량 가격 상승을 초래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업들은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온쇼어링', '니어쇼어링', '프렌드쇼어링' 등의 개념이 부각되며, 기업들은 단순히 저렴한 생산지가 아닌 안전하고 확실한 공급망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은 중국에 집중되어 있던 생산기지를 인도, 베트남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베트남, 인도 등에 생산기지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블록화되는 세계 경제와 한국의 딜레마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경제 블록화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려 하고 있습니다. IPEF는 무역, 공급망, 청정에너지, 탈탄소, 세금, 반부패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은 역내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을 주도하며 자국 중심의 경제 질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RCEP는 아세안 10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총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은 딜레마에 빠져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하는 '등거리 외교'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동맹국인 미국과의 관계를 강화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예를 들어, 반도체 산업에서 한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칩4(Chip 4) 동맹' 참여를 고려하고 있지만, 동시에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의 중국 내 투자와 시장 점유율을 고려할 때, 미중 갈등 속에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세계화 종식이 가져올 경제적 영향
세계화의 후퇴는 여러 경제적 영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인플레이션의 가속화입니다.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은 생산 비용을 증가시키고, 이는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경제 성장률 둔화도 예상됩니다. 세계화에 기반한 경제 주체들의 상호 연결성이 낮아짐에 따라 각 국가와 기업들의 성장률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혁신의 속도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글로벌 협력이 줄어들면 기술 발전과 혁신의 속도가 느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투자 수익률 하락도 예상됩니다. 아담 포센 PIIE 소장은 "세계화가 종식되면 가계와 기업의 실질 투자 수익률이 모두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연금 등 장기 투자에 의존하는 개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한국 경제의 과제와 대응 전략
세계화가 종식되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나라들은 단연 '세계화로 가장 큰 수혜를 본 나라'들입니다. 한국도 그 대표적인 나라들 중 하나입니다. 1990년 2830억 달러였던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2020년 기준 1조6310억 달러로 비약적으로 성장했습니다. 같은 기간 수출은 680억 달러에서 5130억 달러로, 수입은 740억 달러에서 4680억 달러로 급증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의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 공급망 다변화: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필요합니다.
- 기술 경쟁력 강화: 반도체,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서의 기술 우위를 유지하고 강화해야 합니다.
-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 디지털 전환, 그린 에너지 등 새로운 산업 분야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중요합니다.
- 경제 안보 전략 수립: 경제와 안보가 결합된 새로운 국제 질서에 대응하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 국제 협력 강화: 다자간 협력체제를 통해 한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영향력을 확대해야 합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과거 냉전기에는 국가 간 경쟁에서 안보 영역의 우위가, 지난 30년간의 세계화 시대에는 경제 영역의 우위가 중요했던 시대였다면 앞으로는 안보와 경제가 구조적으로 결합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며 "미·중 경제 패권이 격화될수록 각국과 글로벌 기업들의 셈법 또한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 만큼 앞으로 달라질 세계 질서에 대한 철저한 연구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세계화의 종말은 한국 경제에 큰 도전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 질서 속에서 한국이 어떻게 대응하고 적응하느냐에 따라 미래의 경제적 위상이 결정될 것입니다.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가 이러한 변화를 인식하고 준비해 나가는 것이 중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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