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포스코 등 대기업들이 최근 경영 위기를 타파하기 위한 방책으로 주5일제를 넘어 임원들에 대한 주말 근무 명령 등 과거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구에서는 주4일제가 시험되는 등 근무시간 단축이 시대적 대세인 가운데, 과연 창의성 부족 등으로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기업들의 경영 위기 상황을 타파하는 방법으로 주말 근무 등 근무시간 연장이 답이 될 수 있을까요? 이런 구시대적 발상이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창의성 결여가 경영 위기 원인인데... '근무시간 연장' 구시대적 발상이 해결책 될까?
주말 출근으로 위기 극복?···삼성, ‘임원 주 6일제’ 확대
최근 여러 언론들에 소개된 헤드라인 중 하나입니다. <경향신문>은 지난 4월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삼성전기·삼성SDI·삼성SDS·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계열사 임원들에게 주 6일 근무를 최근 권고했다. 토요일 또는 일요일 중 하루를 골라 근무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들 역시 조만간 임원들의 주 6일 근무를 시행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자 이후 다른 기업까지 조금씩 눈치를 보며 동참을 선언하는 분위기입니다. 이달 들어서만 삼양그룹이 월 2회 토요일 오전 근무를 선언했고, 포스코 역시 임원에게 부여했던 격주 주 4일제 근무를 다시 주 5일제로 전환한다고 공지했다고 합니다. NH농협은행 또한 지난 5월부터 행장 주재 일요일 임원 회의를 재개하면서 주 6일 근무에 돌입했습다.
높아진 임원의 업무 강도에 관해 기업은 불가피함을 호소합니다. 업무 시간 늘리기가 업무 강도만 늘릴 뿐 창의성, 혁신성 나아가 기본적인 생산성을 올리는 것으로도 자동적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는 여러 연구 및 실험적 결과가 있어 왔는데요. 이와 관련된 과거 언론 보도를 하나 보겠습니다.
<한경비즈니스> 2017년 3월 기사
‘칼퇴’ 권장하는 기업들 “회사, 잘 굴러갑니다~”
[커버 스토리 = 스마트 워크 : 확산되는 유연근무제]
30대 기업 절반이 ‘유연근무제’ 실시… 기업 ‘생산성 향상’, 직원 ‘일·가정 양립’ 만족

(사진) 자유 근무 공간에서 업무 중인 유한킴벌리 본사 직원들. /유한킴벌리 제공
‘칼퇴’ 권장하는 기업들 “회사, 잘 굴러갑니다~”
[커버 스토리 = 스마트 워크 : 확산되는 유연근무제]
30대 기업 절반이 ‘유연근무제’ 실시… 기업 ‘생산성 향상’, 직원 ‘일·가정 양립’ 만족
[한경비즈니스=이정흔 기자] 직장 생활에서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은 더 이상 미덕이 아니다. 스마트 워크가 확산되면서 보다 짧은 시간 안에 효율적으로 근무하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업이 ‘잘나갈수록’ 일이 늘어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게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기존의 관습대로라면 일하는 시간을 더 늘려도 모자랄 판국에 오히려 기업들이 나서 직원들의 ‘일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앞장서는 이유가 무엇일까.
◆1시 출근 “월요병 사라지니 일도 술술~”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으로 잘 알려진 우아한형제들에 근무하는 장창원 선임의 월요일 아침은 여느 직장인들과 다르다. 오전 9시, 그는 네 살 난 아들과 함께 집을 나선다.
부인의 직장 근처에 있는 어린이집에 가기 위해서다. 부인이 바삐 출근길에 오르면 조금 더 여유가 있는 장 선임이 아들을 씻기고 밥을 먹이고 옷을 입혀 유치원에 데려다주는 것이다.
그 이후 장 선임은 서점으로 발길을 돌린다. 때로는 산책을 즐기기도 한다. 장 선임은 “회사 근처 올림픽공원을 한 바퀴 걷고 나면 업무에서 막혔던 일과 관련해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있다”며 “책상에 앉아 있는 것은 아니지만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업무와 관련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마음 편하게 즐기는 이런 시간들이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장 선임은 오후 1시 회사에 출근해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한다. 우아한형제들은 2015년부터 주 4.5일제를 시행하고 있다. ‘월요병을 없애기 위해’ 월요일 출근을 오후로 미룬 것이다.
이 밖에 ‘지만가(지금 만나러 갑니다)’제도를 통해 직원 본인이나 가족들의 생일과 결혼기념일 등에는 퇴근 시간을 2시간 앞당겨 오후 4시에 퇴근하도록 했다. 오히려 회사에서 직원들이 이런 날을 챙길 수 있도록 미리 알려주고 당일에는 얼른 퇴근하라고 등을 떠밀기도 한다.
또한 여성 직원이 임신하면 하루 2시간 단축 근무를 하도록 하고 부인이 임신한 남자 직원들에게도 산전 검사에 동행할 수 있도록 한 달에 한 번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일은 언제 하는 것일까. 장 선임은 “전체적인 문화가 ‘일할 때는 박력 있게’ 하고 ‘쉴 때는 화끈하게’ 쉬는 것”이라며 “오히려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낼 수 있게 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끼기 때문에 업무 집중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2월 17일 우아한형제들이 또 한 번 화제에 올랐다. 김봉진 대표가 3월부터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할 것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김 대표는 “지금은 이미 산업화 시대처럼 노동시간과 생산성의 관계가 정확히 일치하지는 않는다”며 “일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서비스와 회사에 대한 애정을 갖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도입 취지를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와 함께 그동안 우아한형제들에서 실시해 온 ‘스마트 워크 단축 근무’ 제도들이 회사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전혀 떨어뜨리지 않았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지난 3년간 연평균 약 70% 성장을 달성하며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소폭이지만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이 그 증거라는 얘기다.
◆ 30대 기업 중 절반이 ‘유연근무제’ 도입
우아한형제들뿐만이 아니다.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2015년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산 순위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실시한 ‘30대 그룹 유연근무제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15개 그룹이 ‘유연근무제’를 도입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시간단축제·시차출퇴근제·탄력적근로시간제·재량근로시간제·재택근무제·원격근무제·이동근무제 등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핵심은 하나다. 보다 유연한 조직 문화를 통해 ‘스마트 워크’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곳은 2012년부터 자율출퇴근제를 실시 중인 삼성전자다. 출퇴근 시간에 상관없이 하루 기본 노동시간 4시간, 1주일간 총 40시간 내에서 직원들이 노동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2015년 이 제도를 전사적으로 확대했다. 실제 직원들의 만족도 또한 높다. 금요일 오후에 일찍 퇴근한 뒤 여행을 간다거나 평일 노동시간을 쪼개 외국어 학습을 하는 것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이 밖에 LG그룹은 LG생활건강과 LG이노텍 등 일부 계열사에서 유연근무제를 실시 중이다. 특히 LG생활건강은 국내에 유연근무제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인 2005년부터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높은 성과를 얻고 있다.
5개(오전 7시~오후 4시, 오전 7시 30분~오후 4시 30분, 오전 8시~오후 5시, 오전 8시 30분~오후 5시 30분, 오전 9시~오후 6시) 시간대 중 하나를 직원이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육아 문제로 고민하는 여직원의 비율이 높아서인지 여성 임직원들의 만족도가 높다”며 “자율출퇴근제 실시 이후 해마다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 조사를 하고 있는데, LG그룹 전체 평균보다 LG생활건강이 20~30% 정도 높게 나온다”고 말했다.
SK그룹은 2013년 수펙스추구협의회에서 사람·문화 혁신 차원의 권고 지침을 내놓고 2014년부터 자율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화그룹도 ‘육아기 출근 시간 조정 제도’를 운영 중이다. 남직원이든 여직원이든 구분하지 않는다.
네이버는 2015년부터 ‘책임근무제’를 시행 중이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과 할당 노동시간이 아예 없기 때문에 각자 맡은 업무의 성격에 따라 노동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주일에 2~3일을 밤샘 근무로 프로젝트를 마치고 나머지 2~3일을 연이어 쉬는 식이다.
유한킴벌리도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이다. 유한킴벌리는 2011년부터 스마트 워크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했는데, 리더의 승인만 있다면 고정된 노동시간 없이 각자의 사정에 따라 업무를 볼 수 있다.
각 부문별 협업을 위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의 코어타임만 지키면 된다. 2015년 설부터 명절에 유연근무제를 도입해 직원들이 고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했다. 본격적인 명절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고향에 도착한 직원들은 전국 각지의 유한킴벌리 스마트워크센터로 출근한 뒤 업무를 진행할 수 있다.
◆ 기업 92%, “유연근무로 생산성 향상”
최근에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등에서도 유연근무제를 실시하는 곳이 빠르게 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전문 업체인 솔트룩스는 1일 8시간 근무 규칙을 없애고 ‘주 40시간’ 근무를 적용하고 있다.
전자 문서 솔루션 전문 업체 이파피루스는 출퇴근을 스스로 하는 것을 넘어 재택근무도 가능하도록 자율출근제의 폭을 확대했고 스니커즈 등의 국내 유통을 맡고 있는 한국마즈는 오전 8시에서 10시 사이에 직원들이 자유롭게 출근할 수 있도록 했다. 몸이 좋지 않거나 업무 집중도가 떨어진다고 판단되면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화장품 제조업체인 지엠홀딩스는 원격근무 시스템을 도입했다. 1주일에 1~2일 자택 등 외부 컴퓨터에서 사내 메신저에 접속해 업무 협의를 진행한다. 또 한샘개발 콜센터의 여성 상담사들은 초등학생 자녀들의 방학 기간 3개월 동안 재택근무를 할 수 있다.
공기업 중에서는 한전KDN이 2015년부터 ‘근무시간선택제’를 도입했다. 주 5일 40시간 근무를 기본으로 하되 직원들의 필요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다만 오전 8시에서 오후 8시 사이, 최소 하루 4시간은 근무하도록 하고 있다. 이 밖에 한국농어촌공사·행정자치부 등도 자율출퇴근을 실시 중인 대표적인 공공기관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5년 말 5인 이상 사업체 1000곳을 표본조사한 결과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포함한 국내 전체 기업 중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비율은 22%다. 80% 이상의 기업이 시차출퇴근제를 적용하고 있는 미국 등에 비해 아직은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것은 유연근무제 도입을 고려하는 곳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대한상공회의소에서 2016년 6월 발표한 ‘유연근무제 도입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시간선택제 도입을 고려 중인 기업은 1만3338곳으로 나타났다. 2014년에 비해 무려 123.9% 증가한 수치다.
기업들이 이렇듯이 유연근무제를 비롯한 스마트 워크에 적극적인 가장 큰 이유는 ‘생산성 향상’에 있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유연근무제 도입 기업 15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92.8%가 만족한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가장 큰 효과로 기업은 생산성 향상(92%, 복수 응답)과 이직률 감소(92%)를 꼽았고 직원들은 일·가정 양립(96.7%), 직무 만족도 향상(96%) 등을 꼽았다.
하지만 유연근무제를 도입한다고 해서 모두 이와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스마트 워크 문화가 단지 ‘보여주기’나 ‘생색내기’가 아니라 ‘실제로 눈치 보지 않고 퇴근하는 문화’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류진 우아한형제들 홍보실장은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라며 “구성원들의 인식이 변하는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유로운 업무 공간이나 인테리어, 자율출퇴근제도가 스마트 워크를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그는 구성원들이 각자의 업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여러 업무 외에 ‘불필요한 것’들을 최대한 제거하도록 돕는 문화가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vivajh@hankyung.com
위 기사가 벌써 5년도 전의 일이라는 게 믿겨지시나요? 그런데 2024년 현재, 주말 근무 복원이라고요?
주말 근무 명령 등 근무시간 연장으로 경영 위기를 타파하려는 대기업들의 움직임은 논란의 여지가 많습니다. 무엇보다도, 임원들 대상이라고 하지만, 한국 특유의 위계적 질서 속에서 임원들만 의무적으로 출근하라 한들 그 아래 부장 등 부서장들은 나몰라라 편히 쉴 수 있을까요? 부장이 나오면 일반 직원들은 어떻고요? 과연 이러한 접근 방식이 효과적일지, 그리고 한국 경제에 도움이 될지 의문입니다.
물론, 임원들이 더 많은 시간을 업무에 투입하면 단기적으로 생산성과 문제 해결 속도가 증가(단기 생산성 증가)할 가능성도 있고, 긴급 상황에서 신속한 의사 결정을 통해, 즉 위기 대응 속도를 높임으로써 위기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당장 우려되는 단점이 아래와 같이 자명해 보입니다.
- 장기적 피로와 창의성 저하: 과도한 근무 시간은 임원들의 피로를 가중시키고, 창의성과 혁신을 저해할 수 있습니다.
- 직원 사기 저하: 임원뿐 아니라 전체 조직에 걸쳐 사기가 저하될 수 있으며, 이는 장기적으로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 가족 및 개인 생활의 균형 붕괴: 개인의 삶의 질이 낮아질 수 있으며, 이는 직무 만족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주4일제 실험과 비교
영미 서구권에서는 이미 주4일제 실험이 주목받고 있으며, 최근 한국에서도 대표적인 테크 기업들, 게임사, 스타트업 기업들을 중심으로 실험되고 있습니다. 주4일제 등 근무시간 단축이 갖는 여러 장점로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직원 만족도 증가: 근무 시간 단축은 직원의 사기를 높이고, 직무 만족도와 삶의 질을 개선합니다.
- 생산성 유지: 연구에 따르면, 주4일제 도입으로도 생산성은 크게 감소하지 않으며 오히려 효율성이 증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창의성 증진: 충분한 휴식과 여유 시간을 통해 직원들이 더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일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경영 위기 상황에서 주말 근무 명령 등 근무시간 연장이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창의성과 생산성 저하, 직원 사기 저하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서구의 주4일제 실험처럼 근무시간 단축이 장기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한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근무시간 연장보다는 근무 환경 개선, 창의성과 혁신 증진 방안이 더 필요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확한 원인 진단이 필요합니다. 일을 적게 해서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창의성이 부족하고, 혁신적 아이디어가 없기 때문에 밀리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말에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산책이며 등산, 독서, 영화, 공연 관람 등 취미 활동, 아니 다른 것 다 제쳐두고 잠시 머리를 비우고 휴식을 취함으로써 재충전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계기마저 박탈 당한 채 사무실 책상머리에 나와 앉아 있도록 한다고 과연 문제가 해결 될까요? 이런 구시대적 사고 방식으로 대응하니 미래가 어떠할지 걱정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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