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코뿔소’(Grey Rhino)나 ‘블랙 스완’(Black Swan), 이제는 꽤 익숙해진 용어다. 리스크 중에서도 발생 확률은 낮지만 한 번 일어나면 엄청난 파급력을 갖는 ‘블랙 스완’과는 달리, 회색코뿔소는 뻔히 알고도 당하는 위험을 가리킨다. 여기에 ‘검은 코끼리’(Black Elephant), ‘검은 해파리’(Black Jellyfish)도 있다. 리스크의 동물들(creatures of risk), 동물을 통해 은유적으로 나타낸 리스크의 유형, 그 각각의 뜻과 사례를 간단히 총정리했다.
‘회색코뿔소’ vs. ‘블랙스완’ (Feat. ‘검은 코끼리’, ‘검은 해파리’)
회색 코뿔소(grey rhino)는 세계정책연구소(World Policy Institute, WPI)의 소장 미셸 부커(Michele Wucker)가 2013년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 다보스포럼)에서 제시한 개념이다. 쉽게 말해 회색 코뿔소는 알고도 당하는 위험이다. 사전에 지속적으로 경고가 있었고 그에 따라 충분히 인지되었지만 가볍게 간과함으로써 당하게 되는 위험을 뜻한다. 2톤에 달하는 덩치, 크게 흔들리는 땅의 진동과 소리 등으로 코뿔소가 다가오는 것은 누구나 쉽게 인지할 수 있다. 어떠한 위험의 징조가 지속해서 나타나 사전에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을 간과하여 온전히 대응하지 못하는 상황을 회색 코뿔소라고 표현한 것이다.
이는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이 갑자기 발생해 엄청난 충격을 주는 블랙 스완(black swan)과 대조되는 용어다. 블랙 스완이라는 용어는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Nassim Nicholas Taleb)가 주창해 널리 대중화된 개념이다. 우리는 ‘백조’ 하면 하얀 새를 떠올린다. ‘검은색 백조’라는 표현부터 모순이지만 블랙 스완이 나타날 확률은 현실적으로 매우 낮다. 하지만 확률이 낮다고 해서 절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처럼 가능성은 낮지만 한 번 나타나면 엄청난 파급력을 갖는 것이 블랙 스완이다. 거기다 블랙 스완은 발생 확률이 매우 낮아서 예측하기도 매우 어렵다. 즉, 예측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한번 터지게 되면 엄청난 위기를 맞는 상황을 블랙 스완이라고 한다.
블랙 스완의 대표적 사례로는 2001년 9/11 테러나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등이 있다. 혹자는 2007-08년 글로벌 금융위기도 블랙 스완의 예로 이야기하는데, 이에 대해 다른 전문가들은 충분히 예견된 리스크였다며 오히려 회색 코뿔소의 사례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 논쟁의 대상이 된다.
‘검은 코끼리(Black Elephant)’라는 것도 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이 ‘블랙 스완’과 ‘방 안의 코끼리’를 합성해 만든 말이다. 여기서 ‘방 안의 코끼리’(elephant in the room)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애써 무시하는 문제를 의미한다. 작은 방에 코끼리가 있다면 누구도 모를 수 없는데, 모두가 짐짓 모른척하는 상황을 떠올려보면 된다. 블랙 스완과 방 안의 코끼리가 합쳐진 ‘검은 코끼리’는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문제라는 걸 누구나 인지하고 있지만 모두 모르는 척 외면하고 해결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프리드먼이 검은 코끼리의 사례로 든 대표적인 예는 바로 기후변화 위기다.
덤으로 하나 더 알고 가자면, ‘검은 해파리(Black Jellyfish)’라는 것도 있는데, 우리가 알고 있고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복잡하고 불확실한 것이어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검은 백조가 매우 드문 경우인데 비해 검은 해파리는 태평양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발견된다고 한다.
‘회색 코뿔소’, ‘검은 코끼리’인데... 왜 ‘블랙 스완’만 영어 표기로?
영어 표현의 번역어에 대해 딴지를 놓고 가자면, 회색 코뿔소, 검은 코끼리, 다 우리말로 풀었는데 왜 블랙 스완만 굳이 영어로 소리 나는 대로 뒀을까 하는 ‘일관성’의 문제다. ‘그레이 라이노’나 ‘블랙 엘리펀트’ 등 상대적으로 덜 친숙하게 다가오는 영어 발음이라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영어로 하려면 다 영어로 통일하고, 한글 번역으로 하려면 다 그렇게 했더라면 좀 더 일관성 있고 좋았겠다 싶다. 물론 ‘검은 백조’라는 표현도 안 쓰이는 건 아니다. 하지만 ‘블랙 스완’으로 훨씬 더 많이 알려졌고,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으니 어쩔 수 없겠다. 그냥 따르는 수밖에.
핵심 요약
- 화이트 스완(흰 백조): 반복되는 위기
- 블랙 스완(검은 백조):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예상하지 못한 위기
- 회색 코뿔소: 개연성이 높고 파급력이 크지만 간과하는 위험
- 검은 코끼리: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다들 알고 있지만 짐짓 외면하고 해결하지 않는 문제
- 검은 해파리: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불확실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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