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후 기술주 급등, 폭락... 그 다음은? 지금, 늦게라도 해야 할 일
물이 빠지고 나서야 누가 수영복도 안 입고 물속에서 벌거벗고 헤엄치며 놀고 있었는지 알 수 있듯, 위기가 찾아오고 나서야 비로소 문제가 드러난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테크’와 조금만 연관이 있어도 어마어마한 몸값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던 걸 지금 누가 기억이나 할까. 그러니까 사실은 이 글도 지금이 아니라 그때 발행했더라면 더 의미 있었을 터다. 물론, 테크 숭배가 만연한 분위기 속에서 지금보다도 더 관심을 못 받았겠지만.
내가 투자하고 있는 테크 기업 중에 혹시나 지배구조에 문제는 없는지 미리미리 따져보라는 경고를 하는 이도 없지는 않았다. ‘가뭄에 콩나듯’이어서 그랬지.
경기 순환 주기, 비즈니스 사이클이 한번 확 돌아서고 나면 이전에는 미처 발견해 내지 못했는데 지나고 나서 돌이켜 보니 ‘아, 그땐 이걸 왜 몰랐나’ 싶을 정도로 너무나 명백해 보이는 고질적인 문제점들이 하나 둘 떠오르고 도드라져 보이게 된다.
흔히 ‘IMF 금융위기’라 불리는 1997-98 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한국의 한보, 대우그룹이 그랬고,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당시 미국의 엔론,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촉발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무너진 리먼브라더스, 메릴린치 등 금융사들... 이렇게 위기 때마다 굵직한 기업이나 금융기관들이 한방에 훅 날아가는 것을 목도하지 않았던가.
돌아보면 이제야 명백해 보이는 문제들... 미리 생각해 볼 순 없었나
미리미리 주의를 기울일 수는 없었던 걸까?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례 없는 양적 완화 돈 풀기 와중에 급등하던 테크주 열풍에서 잠시 한 걸음 뒤로 하고 ‘결국 이 거품이 붕괴하는 때가 온다면 앞선 한보, 대우, 엔론, 리먼브라더스 등의 전철을 밟게 될 기업이 굵직한 테크주 중에서도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이 질문을 던져봤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테크’ 무니만 보이면 덮어놓고 맹신하고 추종하는 태도, 리스크가 큰 벤처에 몰리는 천문학적인 자금들, 거기다 일부 테크 기업의 보스(최고경영자)가 보여주는 언행, 행태까지.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캐시 우드 CEO의 아크 인베스트먼트, 혹자는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까지 떠올리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일반 투자자들은 개별 기업 내부에서 일어나는 의사결정 방식이 어떤지, 위기 통제 및 위기 대응 체제는 잘 갖춰져 있고 제대로 운영되는지, 혹시 최고경영자 1인 독주 체제로 다른 비판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건 아닌지, 이런 기업 지배구조, 거버넌스(governance)의 문제는 알기 어렵니다.
심지어 공시 등 기업으로서 기본으로 지켜야 할 의무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테크 기업들도 적지 않다는 비판이 있어 왔다.
최근까지만 해도 테크 분야는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많이 미치지 못한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나타난 기술주 급락 중심의 증시 폭락 국면에서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개입으로 테크 영역에서도 더 엄격한 내부 통제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의 표준을 향상하는 상황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아직은 미미하다. 결국 투자자 스스로 경계하는 수밖에 없다. 물이 빠져나가기 전에 알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수영복도 없이 물놀이를 즐기는 기업에 많은 것을 투자해 크게 낭패를 볼 가능성을 조금은 줄일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다시 물이 차 오를 때 모두가 물 위에 떠올라 수영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닐 터다. 추후 주가 반등, 대세 상승으로 전환 시 자신의 손실분을 빠르게 회복시켜주고 나아가 더 큰 수익으로 반전시켜 줄 좋은 투자 대상을 가려내는 일, 바로 ‘옥석 가리기’ 말이다.
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한,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 호황기에 위기를 대비하는 자세, 바로 그것 말이다. (물론, 반대로 위기에는 기회를 모색해야 할 테고 말이다.) 그 기본 자세를 지키는 투자자에게는 분명 보상이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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