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힌덴버그 리서치가 인도 최고 재벌 아다니(Adani) 그룹을 겨냥해 1월 24일 내놓은 100페이지 분량의 공매도 보고서가 인도 경제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 한 주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 등 주요 국제 경제지의 머리기사 헤드라인을 장식할 정도로 큰 화제가 됐다. 아시아 최대 부호이자 세계 순위에서도 3위까지 올랐던 가우탐 아다니(일부 언론에서는 ‘고탐 아다니’로도 표기) 회장의 개인 재산이 일순간에 반토막 난 것은 물론, 아다니 그룹 시가총액 기준으로도 60조 원 이상 감소해 인도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美 힌덴버그 ‘공매도 보고서’ 저격에... 인도 경제 대표하는 아다니 그룹 시총 ‘반토막’
힌덴버그 리서치(Hindenburg Research)는 미국의 투자사이자 금융 분석 업체다. 2020년 미국 수소 전기차 업체 니콜라(Nicola)의 사기 의혹을 폭로하면서 ‘공매도 저승사자’로 이름을 떨치면서 한국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해졌다. 특정 기업을 조준해 회계 조작 등 부정적인 내용을 폭로하는 보고서를 발표함으로써 주가가 떨어지면 이익을 보는 공매도 거래와 연계해 ‘공매도 보고서’라고까지 불리는 등 비판도 있다.
그런 힌덴버그가 이번에는 아다니 그룹 주요 상장사가 조세피난처에 있는 사업체를 이용해 주가 조작과 분식회계 등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직격 한 것이다. 힌덴버그의 공격을 받은 아다니 그룹은 즉각 413쪽짜리 해명 자료를 내고 힌덴버그 보고서가 공매도 차익을 노린 ‘사기성 저격’이라고 역공에 나섰다. 하지만 시장은 아다니보다는 힌덴버그의 편에 섰다. 공매도 보고서 발행 3거래일 만에 아다니 그룹의 시가총액은 680억 달러(약 83조 원) 증발했다.
문제는 이번 사태가 인도 경제계를 대표하는 아다니 회장(61세)이라는 입지전적인 인물이나 그의 아다니 그룹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작년 각국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과 가파른 금리인상에 대세하락을 면치 못했던 글로벌 증시의 평균 수익률(약 -20%)과는 대조적으로 인도 증시는 2.8%의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 아다니 그룹 사태를 보면서 인도 증시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눈길이 달라진 것이다.
이번 일로 투자자들이 자금을 거둬들이면서 시총 3조 2천억 달러(한화 약 3,900조 원)로 글로벌 5대 증시로 평가받던 인도 주식시장은 곧바로 프랑스와 5-6위 자리를 맞바꿨다. 아다니 회장 개인적으로도 세계 부호 순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제프 베조스 아마존 창업자에 이어 세계 부호 서열 3위, 아시아 부호 1위를 기록했던 그다. 대학 중퇴 후 작은 원자재 무역상으로 시작해 1988년 아다니 그룹을 설립, 가스, 에너지, 광업, 물류 등 여러 사업에 걸쳐 인도를 대표하는 재벌로 키운 아다니 회장의 상징성은 이제 인도 경제와 인도라는 나라 자체에 대한 이미지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아디니 사태... ‘달리는 코끼리’ 인도를 다시 보게 할 계기
물론, 아다니 그룹의 해명처럼 현재로서는 “주가 조작, 분식 회계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부풀렸다”는 힌덴버그 리포트가 모두 사실이 아닐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미 이미지 실추와 경제적 손실은 벌어진 일이다. 개인 자산 감소와 시총 증발 등이 투자자 등 여론에서 이미 밀리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외신들인 이번 ‘아다니 쇼크’가 흔히 ‘달리는 코끼리’로 통하는 인도 경제의 단면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한다. 인도는 지난해 성장률이 7.0%에 이를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국가 중 하나다. 인구 면에서도 올해 상반기 중국을 추월하고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의 대중 견제에 중국을 대체할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지만, 구시대적인 카스트 신분 제도와 국가 내 종교 분쟁, 극심한 빈부격차와 양극화, 사회 전반에 만연한 부정부패 등 걸림돌도 산적해 있다. 특히 아다니 그룹이 지금의 위치까지 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아다니 회장과 동향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성장을 지원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과거 한국 등 개발독재 과정에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 간의 ‘정경유착’ 모습과도 겹쳐져 보이는 이유다.
인도가 이 많은 문제를 어떻게 대응하고 헤쳐나갈지 관심이다. 최근 애플 등 글로벌 다국적기업들이 중국을 대체해 인도로 향하는 와중에 한국 기업들도 앞다퉈 인도를 주목하는 지금, 불투명성과 비정상적 관행 등은 해외에서 들어온 기업에도 어지간히 골치 아픈 문제가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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